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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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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0기 김형익
댓글 0건 조회 708회 작성일 08-03-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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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들!
인생이 50이면 이미 세상을 다 겪고 넘어 지천명이라는데
나는 여전히 헤매고 다니는 인생이다.
어쩌다 해외에 나와 살기 시작한 것이 캐나다 4년째.
남은 것은 빈털터리 이방의 객과같은 신세다.
백척간두같은 이민생활속에서 이민들을 위로하는 목사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잘 아는 자네들은 어찌 형익이가 목사노릇을 할까 탄식을 할 것 아닌가!
내게 맞지도 않는 길을 걸으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 또다시 수천리 먼 곳의 이민교회의 청빙을 받아 4월 1일에 떠난다.
디트로이트 근방에 있는 교회인데 조그마한 시골이다.
캐나다와 와 보니 다른 학교 출신들은 많기도 하던데 강릉 촌놈들은 어디가고 외롭기 짝이 없다.

자네들은 절대 외국에 살 생각을 하지 마라.
절대 살 곳이 아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사람과 부대끼는 관계의 삶이 아닌가!
그런데 백인들과는 살이 닿지 않으니 이게 사는 것이 아니다.
반갑게 만나 소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천국이다.
왜냐하면 성경이 말하는 천국도 사람과의 관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썰핑을 하다가 들어왔는데 반가운 이름들이 즐비하다.
모두 건강하게 살기 바란다.
돈 좀 많이 번 친구들이 있으면 외국에서 쩔쩔매는 친구목사를 위해서 헌금도 좀 하고...

우리 전화는 이 달 말에 끊어진다.
보름쯤 지나면 새 번호가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604-588-2782번이다.
이 달 말에 이삿짐을 토론토로 보내고 나는 자동차를 몰고 갈 생각이다.
이 나라는 덩치가 커서 이사 가는 데만 1주일이 걸린다.
하루종일 차만 몰고 록키를 지나고 끝도 없는 벌판을 지나서 달리는데 1주일이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안되는 거리다. 시차가 3시간이 난다.
한국에서 생각할때는 낭만적이고 신나는 일이었지만 이런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절대 그렇지 않고 끔찍하고 절망적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여행의 낭만을 즐기려고 그렇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한대 보내는데만
13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사도 한국에서 이사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거의 해외이사와 맞먹는 경비가 든다.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니 내가 살 수가 없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달을 처다보고 우는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달에 LA에서 최상준이를 십년만에 만나서 이민생활의 애환을 털어놓으면서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아가씨 옆이 앉혀놓고 회포를 푸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너희들은 한국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복이 많은지 모른다.
한국에서 죽을 쑤며 살아도 그것이 최고의 복이다.
받은 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잘들 살기를 진심으로 빈다.

증말 이렇게 친구들과 이바구하는기 울매만이여~~~~~어엽네 어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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