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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청룡기 16강전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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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29기 최병한
댓글 0건 조회 506회 작성일 07-06-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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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기의 아쉬움을 뒤로 한 체 다시 청룡기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 강릉고의 16강전을 동대문 야구장에서 잘 보고 왔습니다.


앞으로 철거 계획이 예정되어 있는 동대문 야구장은 야구를 좋아하는 저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 장소이긴 합니다. 난생 처음 야구장에 갔었던 것도 1991년 고교 3학년 때 어떤 전국대회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강릉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로 응원을 왔던 기억이 납니다. 경기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습니다만.


지난 토요일(6월2일) 무더운 날씨인데다 토요일 오전 차도 많이 막혀 경기 시작 예정인 12시 반을 넘어선 오후 1시 가까이 되어서 야구장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도 앞 경기가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여서 강릉고와 유신고의 16강 전은 30분 정도 늦게 시작해서 1회부터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청룡기 첫 경기에서 우리는 약체인 청원고와 상대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됩니다. 기분 좋은 첫 경기 승리 이후 맞붙은 학교는 수원 유신고였습니다.


유신고는 1975년도에 야구부를 창단한 우리 강릉고보다 9년 늦은 1984년에 창단해서 1988년 황금사자기에서 준우승을 한 번 한 것이 최고 성적인 학교 입니다. 과거 잠수함 투수로 태평양에서 맹활약을 한 박정현 선수와 현재 SK와이번스에서 주전 3루수로 뛰고 있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최 정 선수가 대표적 동문입니다. 이외에 한화에 최영필 투수와 작년까지 두산에서 뛴 문희성 선수 정도가 프로에서 주전으로 뛴 선수 입니다.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은 야구부 역사지만 1988년 졸업 선배인 민원기 선수(LG)와 다음해 졸업한 박상근 선수(OB) 이후 프로에 입단해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기아의 이재주 선수(1992년 졸업) 밖에 없고 전국대회에서 우승이나 준우승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 강릉고에 비해 유신고가 실제 전력이나 평가에서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2005년부터 부임한 프로 원년부터 삼성에서 1루수로 뛴 함학수 감독이 우리 강릉고에 부임하면서 이제서야 조금씩 승리의 맛을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강원도 영동지방에서 축구 못지 않는 야구명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비단 저뿐만 아니겠지요.


아래는 토요일에 벌어진 16강전의 간단한 저의 관전기입니다.


동대문 구장은 아마야구의 메카이자 성지와도 같은 곳이긴 하지만 철거가 예정되어 있어 현재 인조잔디인 그라운드 상태뿐만 아니라 여타 편의시설에 투자를 할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결국 천연잔디나 일반 흙 바닥 타구보다 땅볼 타구가 떠 빨라 질 수가 있고 바운드 역시 더 커서 내외야 수비에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이것이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이것이 고교야구만이 갖고 있는 묘미이기도 합니다.


유신고의 선발투수는 2미터에 가까운 장신 전통파 투수인 김 주 선수였습니다. (이에 비해 강릉고 3루수 1년생 신명철 선수는 키가 168센티미터 입니다.) 1회초에 상대의 어의 없는 실책에 기분 좋은 선취점을 얻은 강릉고는 곧바로 1점을 허용하여 다시 승부를 원점이 되었습니다.


우리 강릉고의 선발은 좌완 에이스인 3년생 곽지훈 선수였습니다만 1회전과 마찬가지로 경기 초 흔들리며 곧바로 홍성민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기게 됩니다. 대통령기에 좋던 제구력이 이번 청룡기에 상당히 안 좋아졌더군요.


이 후 2회 말과 5회 말에 유신고는 발 빠는 주루 플레이와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과감한 도루로 차곡 차곡 점수를 벌여 결국 8회 초 강릉고의 공격을 시작했을 때는 3대7로 벌어졌습니다.


대 역전 드라마가 시작된 8회초, 선두타자인 8번타자가 상대 실책으로 진루하고 9번타자가 데드볼로 진루하고 다시 1번 타자인 최창규 선수가 볼 넷으로 절호의 찬스를 맞습니다. 이후 1학년 생인 3루수 신명철 선수가 깨끗한 우전안타를 칩니다. 1점을 따라 붙고 이날 가장 좋은 타구를 날린 3번 타자인 유격수 홍재용 선수가 좌익수 라인에 붙는 2루타를 날려 다시 2점을 따라 붙고 4번타자 차진환 선수의 내야안타와 5번타자 윤승환 선수의 희생플라이로 대거 5점을 득점해서 그날 경기를 8대7로 뒤집어 버립니다.


마운드에서는 7회부터 나온 최인영 선수가 깔끔하게 9회까지 경기를 잘 마무리 해서 드라마와도 같은 역전극이 펼쳐지고 맙니다.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3루수 신명철 선수와 마운드에서 최인영 선수였습니다. 신명철 선수는 168센티미터의 단신이지만 타격에 재질이 좋아 보입니다. 더군다나 1루 송구를 보면 어깨도 좋아 보입니다. 1학년 생이기 때문에 아직 체격도 더 좋아질 가능성이 많아 주루플레이의 단점을 보완하면 기대해 볼만한 선수로 보여집니다. 오버핸드 최인영 선수 역시 빠른 볼을 뿌리지는 않지만 팔을 뒤로 빼는 테이크백이 짧고 간결해 제구력이 좋아 보입니다. 이런 간결한 투구폼은 포수가 주자의 도루를 저지하기에도 상당히 유리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가다듬고 훈련을 더 해야 할 점도 여러 개 보였습니다.
먼저, 일단 루상에 상대주자가 나갈 경우 좀 더 생각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기에서 마지막으로 끝내기 2루 송구 에러처럼 1점 승부에서 주자 1루,3루나 2루,3루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상대 1루 주자가 2루로 도루 할 때 굳이 송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포수가 송구하더라도 투수나 유격수에게 던져 커트하고 홈 승부를 막아야 하죠. 유신고와의 경기에도 몇 점을 이런 식으로 상대에게 줬습니다.


둘째로 하위 타선에서의 스윙 연습은 더 많이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는 9명이 하기 때문에 클린업 트리오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진루타나 희생타 등의 하위타선의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경기 끝나고 장내 스피커에 우리 강릉고 교가가 흘러 나오는데 가슴 한 쪽이 뭉클하더군요.


많은 우리 강릉고 선후배 동문 여러분 응원하느라 고생들 많으셨고 이런 고생 많이 했으면 합니다. 특히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준 우리 야구부 후배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벌어지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 중 한 학교인 광주 진흥고와의 8강전도 선전해 주기 바랍니다. 임요한 선수가 책임지고 있는 마운드와 최강 유격수로 기대되는 박상현 선수가 맡고 있는 내야도 사실 네임벨류에서 우리 보다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고교야구라는 게 객관적인 전력으로 승부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강릉고 야구부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 동문들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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