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청룡기 8강전 관전기와 준결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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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일 수원 유신고와의 16강전에서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한 우리 강릉고의 8강전을 보기 위해 어제 다시 퇴근 후 동대문 구장을 찾았습니다.
고교야구 특성상 한 번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일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 한 켠에서는 승리에 대한 희망이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 구장으로 향하는 내내 점점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흑백 텔레비전에서 중계해 주던 고교야구에서 선린고 출신 좌완 박노준 선수부터 1982년도 당시 OB베어스 어린이 회원으로 본격적인 야구 사랑이 시작되었고 한 해 팀당 126경기 정도 하는 프로야구 중 절반 정도를 직접 야구장에 찾아서 보고 있는 야구매니아 입니다. 가끔 온라인 신문 등에 야구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두산베어스 명예기자로도 활동했었습니다. 올해는 개인적인 사정 상 야구칼럼을 예전처럼 많이 쓰지 못할 것 같아 구단의 요청에도 고사를 했지만 저의 야구 사랑은 그래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런 야구광인 저에게 우리 모교인 강릉고의 전국대회 선전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1976년 창단 이후 전국 4대 메이저 대회인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기, 황금사자기에서 우승은 물론이고 준우승 역시 한 차례도 없었던 우리 강릉고에게 이번 청룡기대회의 선전은 그야 말로 ‘파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가 워낙 야구불모지이기도 하지만 1983년도 청룡기 8강, 이후 1987년도 민원기, 박상근 선수의 활약으로 청룡기 4강에 오르지만 준결승에서 전통의 강호 경남고와의 연장 12회에서 12대11로 아깝게 졌던 것이 역대 최고 성적입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는 형과 함께 라디오게 귀를 기울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따라서 이번 청룡기 4강이 20년 만의 최고의 성적인 것입니다.
반대로 8강 상대인 광주 진흥고는 우승 후보 중 한 팀인 전통적인 강호입니다.
1972년에 창단 된 진흥고는 호남지역이 전통적으로 부산과 함께 야구 강팀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7회의 그들의 성적이 놀라운 것도 아닐 수 있겠습니다. 진흥고는 해태에서 활약한 ‘까치’ 김정수 선수(82년 졸업)와 ‘마당쇠’ 송유석 선수(85년 졸업)부터 이대진 선수(93년 졸업), 임창용 선수(95년 졸업), 김진우 선수(02년 졸업)까지 프로에서 맹활약을 했거나 지금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학교입니다.
이런 객관적인 비교로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우리 강릉고가 승리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영광스런 일입니다.
다음은 어제 경기의 주요 관전 포인트 입니다.
진흥고는 원래 임요한 선수라는 특급 좌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2 선발급인 조영복 선수가 선발투수로 투입됩니다. 이는 강릉고를 약체라고 평가하고 준결승을 대비한 포석이었을 것입니다.
1회 초 강릉고의 공격은 3자범퇴로 간단히 마감하고 1회 말 팀내 유일한 설악중학교 출신인 좌완 곽지훈 선수가 선발로 나옵니다. 물론 또 다른 에이스 홍성민 선수가 있긴 했지만 청원고와의 1차전에서 8과2/3이닝을 던졌고 유신고와의 16강 전에서도 중간계투로 나왔기 때문에 이번 청룡기 대회에서 제구력 난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함학수 감독은 곽지훈 선수를 선발로 투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곽지훈 선수는 우리 강릉고 투수 중 가장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습니다.(182센티미터, 76키로그램) 하지만 1차전과 16강 전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증세인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지난 대통령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단순히 밸런스를 잃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1회 말에서만 볼넷 5개와 와일드피칭으로 허무하게 2실점하고 다시 홍성민 선수와 교체 됩니다. 결국 홍성민 선수가 9회까지 마무리 했으니 8과1/3 이닝을 던진 셈입니다. 다소 무리한 것 같아 내일 준결승전이 걱정이 됩니다.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강릉고는 4회초에 3번타자 홍재용 선수의 좌전안타와 4번타자 차진환 선수의 볼넷에 이은 5번타자 이정현 선수의 볼넷으로 만든 만루를 6번 타자 허성범 선수가 우중월 주자 일소 3타점 2루타로 경기를 뒤집습니다. 이후 상대는 팀 에이스인 좌완 임요한 선수로 교체를 하고 마침 발생한 3루수의 송구 실책 덕에 한 점을 추가득점하여 4대2로 경기를 뒤집게 됩니다. 허성범 선수가 친 이번 대회 유일한 안타가 가장 중요할 때 터진 것을 보면 정말 하늘이 돕긴 도왔나 봅니다.
이 후 거의 매회 주자를 내보내고 위기를 맞이 했지만 우리 홍성민 선수의 호투와 수비수들의 파인 플레이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경기의 가장 큰 위기였던 6회말 2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인 임요한 선수가 타석에 나오지만 결국 2스트라이크 3볼 상황에서 삼진을 잡고 환호 했을 때는 정말 짜릿했습니다.
상대 에이스인 임요한 선수의 호투속에 강릉고는 진루하기 조차 어려웠지만 결국 8회초 1번 최창규 선수의 3루타로 추가 득점해서 5대2로 경기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경기 최고의 수훈 선수는 물론 연이은 호투를 보여주고 있는 3학년 사이드암 홍성민 투수입니다. 정말 훌륭한 호투였습니다.
내일(6일) 준결승에 붙을 상대는 이번 대회 불과 16명으로 참가했음에도 돌풍의 주역으로 떠 오른 부산공고입니다. 팀에이스인 좌완 박용운 선수는 이미 지역예선에서 부경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한 초고교급 투수 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르는 동안 8강전에 제주관광고를 9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보이는 등 1차전과 16강전에서 완투까지 했기 때문에 3경기를 혼자서 책임졌습니다. 거의 400개에 육박하는 투구를 하는 등 우리 홍성민 선수 못지 않은 혹사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강릉고와의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수 있고 선발로 사이드암인 2년생 채기호 선수가 투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좌완투수에게 재미를 보지 못한 강릉고는 초반에 많은 득점을 해서 승기를 잡아 오는 전략으로 내일 경기에 임해야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우리 강릉고는 홍성민 선수가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는 것이 걱정되긴 합니다. 홍성민 선수의 경우 워낙 좋은 제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구를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 폼이 달라진다는 약점만 보완하면 정말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직구를 던질 때 테이크 백한 팔이 던지는 순간 사이드 암에서 쓰리쿼터처럼 변화구를 던질 때 보다 다소 높아짐.)
우리 선수 너무 잘해주고 있습니다.
내일도 꼭 이겨서 제62회 청룡기를 꼭 강릉고가 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게다가 이미 4강에도 들었지만 보다 좋은 성적을 보일 경우 우리 강릉고 선수들이 대학에도 진학하고 프로구단에 스카우트도 되고 하는 기회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구 선수로써 미래를 꿈 꿀 수 있습니다.
우리 선후배 동문들은 열심히 내일 스탠드에서 응원하고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남은 힘까지도 그라운드에 쏟아 부어주시기 당부 드립니다.
강릉고 29기 최 병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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